AI면접

AI면접은 공정할까? 심리학자가 본 인공지능 채용의 허와 실

gomyamminews 2025. 7. 4. 17:30

채용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이 직접 이력서를 보고, 대면 면접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면접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AI면접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원자를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AI면접을 채택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도입이 과연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합니다. 본 글에서는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AI면접의 장단점과 함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AI면접 공정성, 심리학자가 본 인공지능 채용

AI는 사람을 얼마나 ‘사람답게’ 평가할 수 있는가

AI면접은 주로 음성 분석, 표정 인식, 키워드 사용 빈도, 시선 처리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평가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질문에 답변할 때 사용하는 어휘의 다양성, 문장의 논리성, 목소리 톤과 같은 요소들이 자동으로 분석되고, 각 요소에 대한 점수가 부여됩니다. 이러한 정량적 평가 방식은 겉보기에는 매우 체계적이고 공정해 보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러한 방식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며, 동일한 자극에도 개인마다 다른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긴장감이 높은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말이 빠르거나 목소리가 떨릴 수 있습니다. AI는 이를 부정적 지표로 간주할 수 있으나, 이는 단지 일시적인 심리 반응일 뿐이며, 지원자의 실제 역량과는 관련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한 AI는 ‘진정성’이라는 인간 특유의 정서적 표현을 인식하거나 해석하는 데 취약합니다. 표면적인 언어 표현이나 목소리 분석만으로는 한 개인이 가진 신념, 가치관, 업무에 대한 태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AI가 사람을 얼마나 ‘사람답게’ 평가할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도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편향성: 인간보다 더 공정한가

많은 사람들은 AI면접이 인간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면접관은 무의식적인 편견이나 감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계가 판단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AI 역시 인간이 설계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 역시 인간 사회의 편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AI 채용 시스템이 여성이나 유색인종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사례가 공개되면서 큰 사회적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는 과거의 채용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한 결과, 기존의 차별적 요소가 알고리즘에 고스란히 반영된 사례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AI가 특정 억양, 언어 습관, 표정 표현 등을 ‘비표준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지역적·문화적 다양성이 무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 출신, 특정 억양을 가진 사람들에게 AI면접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알고리즘 편향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간의 편향은 자각 가능하지만, 알고리즘의 편향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교정하기 어렵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구조화된 차별이 작동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AI면접이 가져오는 가장 큰 윤리적 딜레마 중 하나입니다.

 

자기표현의 왜곡과 자율성의 침해

면접은 지원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AI면접은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지원자가 응답하도록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AI는 답변 시간, 문장 길이, 논리 구조 등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평가합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지원자는 ‘AI가 좋아하는 방식’으로만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진정한 자기표현은 점점 왜곡되고, 자율성은 침해됩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과잉 자기 조절(over self-regulation)’로 불리며, 이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일수록 AI면접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I는 예상에서 벗어난 답변이나 비정형적 표현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AI면접은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기보다는, 정형화된 기준에 맞춘 사람들만 선호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조직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해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안정성과 신뢰 형성의 어려움

면접은 단순한 평가 과정이 아니라, 상호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심리적 과정입니다. 사람은 상대방의 표정, 시선, 목소리 톤 등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자신의 감정을 안정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AI면접은 이러한 심리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 환경입니다. 지원자는 무표정한 카메라 앞에서 일방적으로 말을 해야 하며,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긴장감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특히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나 사회불안이 있는 사람에게 큰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타인의 관심과 공감 반응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AI는 감정이 없으며, 반응도 없기 때문에 지원자는 면접 중에 스스로 위축되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면접 결과가 어떻게 산출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 지원자는 AI면접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채용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며, 결과적으로 조직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적으로 AI면접은 효율성과 일정 부분의 객관성을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특히 대규모 채용에서 지원자 간 비교를 신속하게 수행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AI면접은 여전히 미완성된 시스템이며,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감정과 맥락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이를 정량화된 지표로만 평가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AI는 채용 과정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인간적인 판단과 결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채용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특히 심리적 안정성과 자기표현의 자유, 신뢰 형성과 같은 인간 중심의 요소는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결국 채용의 본질은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그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